작성자 : 조동인 | 작성일 : 2018-02-13 02:55:47 | 조회수 : 796
안녕하세요.
이번 4차산업혁명 청년체험단에 청년 창업자로 참여한 미텔슈탄트 대표 조동인입니다.
마지막 활동 수기는 저의 개인적 소회를 담아 긴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
저는 대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까지 다니다 경북으로 전학을 가게 되어 중/고등학교는 그곳에서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입시를 준비하며 다시 고향인 대구로 돌아가고싶어 경북대학교가 유일한 목표였습니다.
목표대로 원하는 학교와 전공을 선택해 입학하였고 계획대로 다시 대구로 돌아올 수 있어 행복한 20대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행복과는 달리 함께 입학한 동기들은 입시에 실패하여 어쩔 수 없이 왔거나 그냥 공부하다보니 성적에 맞춰서 오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왜 경북대학교를 왔는지, 그리고 왜 전자전기컴퓨터학부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한 친구가 생각보다 없어서 저는 매우 실망했습니다.
마치 서울에 가지 못하여 남겨진 실패자들끼리 서로 위로하며 지내는 꼴과 같아 그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지 않아 학과 생활도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왜 우리 학교 학생들은 열정이 없는가, 그리고 대구의 분위기가 왜 이런 것인가에 대해서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 당시에 찾은 문제점은 크게 2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잠재성이 있는 우수한 인재를 지역의 대학이 포용할 만큼 우수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미 2000년대 들어서 서울 및 수도권에 있는 대학과 지방 소재 대학의 격차는 급격히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흔히 강남 8학군에 자주 비교되는 대구 수성구의 교육열의 결과를 두고 봐도 마냥 즐거울 일이 아니었습니다.
초/중/고등학교에 걸친 우수한 교육 인프라가 있어도 대구의 대학 수준은 늘 제자리를 유지하기 바빴습니다.
저는 이것을 '지역 인재의 1차 유출'이라고 말해왔습니다.
두 번째는 대구·경북 소재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역량을 갈고 닦은 대학생들이 마땅히 취업할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가고 싶어할 만한 네임밸류가 따라주는 대기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근무여건 및 복지가 좋은, 소위 신의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구에는 가고 싶은 기업도 없으며 누구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기업은 더욱 더 없습니다.
이곳에서 직장에 대해 만족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면 공무원 내지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직원 정도일 겁니다.
이것이 '지역 인재의 2차 유출'입니다.
이러한 인재 유출의 현상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학의 경쟁력도 점차 약화시킬 것이며 지역 산업의 성장 또한 둔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의 우수 인재 필터가 작동되고 나서 남은 사람들끼리 지역을 살리라는 미션은 너무나도 가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문제해결능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사람들은 이미 바깥으로 빠져나갔거나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늘 대구를 생각하면 안타까웠습니다.
어느 지방이나 이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겠지만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6년 전 창업을 결심하였을 때 저는 선택해야 했습니다.
대구에서 해야 할지, 아니면 서울에서 해야 할지.
비겁하게 도망치지말고 한 번 부딪혀보자는 생각에 대구에서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젊고 앞날이 밝다며 학교 및 정부에서 분에 넘치게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몇 년 지내보니 이 지역의 벤처 업계에도 부조리가 존재하고 그걸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일종의 카르텔이 생겨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각종 정부 지원 사업들이 어느 개인들의 입맛대로 분배되고 자격이 불충분한자들이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세하는 것들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지역의 창업자분들은 충분히 공감하시고 느끼시는 부분일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들끼리는 공공연하게 다 알고 있지만 그냥 혹시 모를 불이익이나 피해를 보게 될까봐 쉬쉬하는 것일 뿐입니다.
대표라면 그렇게 하는 게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한 최선이겠지요.
저는 이런 풍토가 바람직하지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랬기에 기회가 되면 항상 목소리를 냈습니다.
특히 제 모교인 경북대학교뿐만 아니라 제가 연관된 곳에 대해 문제를 발견하면 그 즉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냈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필요한 도움이 있으면 제 시간을 들여서라도 도와주었습니다.
언젠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모기관 주최의 어떤 행사를 참여하고나서 관계자로부터 행사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달라고 메일이 왔었습니다.
해당 행사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고 그런 시스템의 오래도록 반복되어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에 대하여 아주 솔직하게 적어서 보내드렸더니 어느날 해당 기관의 다른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오더군요.
혹시 좋지 않은 일을 겪었냐고 여쭤보시면서 제 이야기가 부정적으로 돌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설명을 드렸더니 그런 상황이 와도 그냥 넘어가랍니다. 그게 저에게도 좋고 저희 회사에도 좋다고 합니다.
결코 틀린 말씀이 아니기에 인정하고 수긍했습니다. 더군다나 저를 위해 하신 말씀이니 감사하게 생각해야했죠.
이런 이상한(?) 일들을 겪을 때마다 같은 처지에 놓인 동지들끼리 모여서 시끄럽게 떠들며 하소연합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하루 빨리 이곳을 떠야겠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죠.
저는 그때마다 제가 바라는 대구를 위해 실드를 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잘하면 조금씩 바뀔거라고 희망을 논했습니다만 아쉽게도 이제는 거의 다 떠나갔네요.
아직 제가 자주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이것이 아마 '지역 인재의 3차 유출'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1,2,3차에 걸친 인재 유출에 대한 해결책의 기본 전략은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잠재적 역량이 크고 실력을 지닌 지역 인재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지원이 3차 인재 유출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그 인재들이 기업을 설립하고 선진 기업 문화를 선도하여 지역 기업들과 경쟁한다면 청년들에게 인기 있는 중소기업은 점차 생겨날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열심히 배우고 경험한 학생들이 지역 기업의 성장을 함께 견인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2차 인재 유출을 점차 완화시킬 것입니다.
대구 출신 인재들이 지역의 기업들을 키워가다보면 자연스레 지역 내 인재풀이 확장되고 이것은 우수한 인적 인프라로 성장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구를 찾아오는 외부 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으며 훗날 대기업도 그에 해당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대학 교육의 시스템은 취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위와 같은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면 대학의 관련 지표 또한 성장하게 될 것이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의 선택폭이 넓어지게 되고 1차 인재 유출을 점차 줄여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은 20살이 되면 서울 밖으로 나가야 할까봐 걱정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서울 내 대학으로 입학하기가 어려워져서 나온 볼멘소리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대구는 어떻습니까? 아마도 대구에 있게 될까봐 걱정인 친구들이 더 많을 겁니다.
우리 대구도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남아있는 사람들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제가 작년까지 정말 지겹도록 들은 조언(?)이 대구를 떠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해보겠다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저를 미련한 사람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결국 작년 연말에 모든 걸 내려놓고 서울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진행중인 사업도 로켓편의점(현 요닝) 빼고는 모두 정리했습니다.
사정상 서울로 가지 못하는 직원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고 사무실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혼자 먼저 서울로 가서 업무를 보며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4차산업혁명 청년체험단 모집 소식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미국의 창업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지 못했던 저에게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이었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대구시의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것에 반해 수준이 많이 떨어지거나 단순히 미국 여행 정도로 그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관계자분들께서 단원들에게 이 프로그램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확실히 마인드 세팅을 해주어서 다들 자세와 태도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프로그램 기획 자체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해서 하나하나 놓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번 행사 전반적으로 대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다운타운 프로젝트 견학에서 토니 셰이가 사재를 털어 도시를 재건하고 비즈니스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미 예전에 기사를 통해 접한 적이 있던 내용이었는데 눈으로 보고나니 조금 더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왜, 내가 대구를 떠나려고 했는가?'에 대한 냉정히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실리콘밸리 견학에서는 전체적으로 A급 인재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를 뒷받침하는 고용 조건, 근로 환경, 복지 등이 매우 우수했습니다.
과연 A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을 했었는가를 생각해보니 현실의 벽에 눌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저를 발견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저는 몇 가지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일단 맹목적인 서울로의 이전은 접어두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종료된 로켓편의점 베타 서비스의 후속 공식 서비스를 대구에서 다시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이것 자체도 대구의 생활과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결정이기에 저에게도 큰 의미가 생겼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우리 청년체험단 단원분들 모두가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대구에 유능한 인재를 찾아서 모셔오자는 것입니다.
대학 및 기업에서 역량을 갈고 닦는 사람들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줄 수 있도록 우리 회사의 문화를 정비하고 재정적 근간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저는 다시 대구에서 조심스레 희망을 기대해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분명 변화가 생겨날 것이라 믿습니다.
대구시에서도 단계별 인재 유출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역사적으로 대구는 뛰어나고 걸출한 인재를 배출한 자부심 있는 지역입니다.
대구가 키운 멋진 인재들이 다시 대구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그 얼마나 좋겠습니까?
4차산업혁명 청년체험단은 그 시작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4차산업혁명 청년체험단>이라는 프로그램에 많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대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다시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되어 정말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지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키워주고 새로운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핵심활동으로 자리 잡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