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의찬 | 작성일 : 2019-01-22 20:38:04 | 조회수 : 601
[의찬이의 관찰일지 2]
CES는 왜 특별한가
문과생인 나는 CES를 잘 몰랐다.
1편에 서술했듯이 CES를 막연하게 IT 전시회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으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기업들이 무엇을 위해, 왜 나오는지 몰랐다.
CES는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약자로 매년 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박람회이며,
IFA (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MWC (Mobile World Congress)와
함께 세계 3대 IT 전시회로 뽑히는 행사다.
세계 3대 IT 전시회라니?
CES, IFA, MWC 이외에도, 전 세계에는 Comdex, Hong Kong Electronics Fair, NAB show, SEMA Show,
국내 IT 전시회 WIS, KES 등
다양한 분야의 IT 전시회가 열린다.
수많은 IT 전시회 중 CES는
어떤 면이 특별하기에 세계 3대 IT 전시회라고 불리는 것일까?
나는 CES에서 만난 올해 선보일 신제품과 미래를 이끌어갈 기술 및 모습, IT 트랜드,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것과 별개로,
‘CES’라는 박람회 그 자체의 특별함에 대한 답을 고민해보기로 했다.
대학생으로서 직접 경험한 CES 2019를 바탕으로 고민했기에,
논리적인 근거보다는 주관적인 감정을 중심으로 글을 쓰고자 한다.
CES는 왜 특별한가?
첫째, CES는 매년 1월
열린다.
CES는 매년 1월 둘째 주에 개최된다.
CES 2019는 1월 8일~11일에 열렸으며, CES
2020은 2020년 1월 7일~10일에 열린다.
CES는 세계 IT 전시회 중 가장 먼저 열린다는 특별함이 있다.
가장 먼저 열리기 때문에 우리는 CES에서 가전을 포함한 IT 시장의 올해 트랜드를 가장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동시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CES 2019의 경우 4,5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는데, 이 기업들은 올해 선보일 제품들과 각각의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미래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예를 들면, 삼성과 LG는 마이크로 TV, 롤러블 TV 등 올해 선보이고자 하는 제품을 전시했고,
벤츠, 현대 자동차는 터치 대신 행동만을 인지하고 작동하는 기술, 감정을 파악하여 주행 속도를 조정하는 기술을 탑재한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을 소개했다.
물론 한 기업이 하나의 기술 제품만을
전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A 기업은 A의 방향, B 기업은 B의 방향을 가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CES에서 만난 모든 기업 관계자들은 ‘우리는 올해 이 제품으로 혹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룰 것이다’ 라고 외치며,
다양한 형태로 새로운 기술 제품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모든 기업이 CES에서
세상을 향해 선전포고하고 있다고 느꼈다.
‘우리는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기술(제품)을 개발했어.
너희도 한 번 경험해보지 않을래? 어때? 올해 우리를 주목해줘’
물론 선전포고의 적기는 없다.
하지만, 설렘으로 가득한 1월은 새로운 출발을 이야기하기에 적합하다.
우리가 연초 다이어리에 1년의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다짐을 기록하듯,
기업들은 1월 개최되는 CES에서는 그들의 비전을 제시한다.
나는 CES의 개최 시기가 1월이라는
그 자체가 특별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둘째, 라스베가스에서 열린다.
CES 전시공간은 약 25만㎡로 축구장 33개를 합친 것보다 넓다. 또한 CES 참가자의 규모는 약 20만 명에 육박한다.
한 지역에서 20만 명이 동시에 머물고,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하며, 비슷한 시간에 이동하게 된다.
넓은 전시공간과 함께, 나흘 동안 20만 명이 몰리게 되는 행사를 어떤 도시가 수용할 수
있을까.
라스베가스이기에, 충분히 가능하다.
엥? 라스베가스는 카지노의 도시가 아닌가? 실제 라스베가스는 어떤 도시일까?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라스베가스는 미국이 경제공황 탈출을 위해 30년대 말에 후버댐을 건설하면서,
노동자를 위한 유흥 지역으로 조성하기 위해 탄생한 도시라고 한다.
50년대부터는 마피아의 개입이 시작되며 도박과 환락의 도시로 번창하게 되었고, 80년대에는 카지노 복합리조트로 발전시킨다.
도박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여가활동, 쇼핑과 컨벤션 센터를 결합해
비즈니스 타운이라는 전 세계적인 관광도시 이미지를 만들었다.
즉, 라스베가스는 초창기부터 인위적으로 개발된 도시이기에, 도시 개발 계획 수립과 실행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고,
오늘날에는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이자, 컨벤션 산업의 핵심 도시가 되었다.
실제 라스베가스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14개의 호텔 중 13개가 있고, 호텔 등 숙박 시설의 객실 수는 총 13만여 개에 달한다.
라스베가스는
산술적으로도 CES 등 세계적인 박람회를 참관하는 고객들을 수용하기에 충분한 도시이다.
라스베가스에는 숙박 시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즐길 거리가 있다.
라스베가스는 벨라지오 분수쇼, 메인 스트립의 거리, 다운타운, 프리미엄 아울렛, 세계적인 클럽, 그랜드 캐년 등 유흥, 쇼핑, 관광지까지 완벽히 갖춘 도시였다.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세계적인 골프장과 수많은 쇼도 있다.
또한 라스베가스의 카지노는 모든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대다수의 호텔 로비에 배치된 것은 물론이고, CES 전시관으로 사용된 호텔 공간에도 카지노가 있었다.
더 나아가, 출국하기 전 게이트 바로 앞에도 카지노가 놓여있었다.
즉, 라스베가스에서 카지노는 길거리에 놓인 수많은 편의점처럼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전시회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에 있어, 개최 도시는 중요한 요소이다.
90년대 초까지 존재한 시카고 전자 전시회가 어느 시점에서부터 사라진 과거 사례가 있는데, 사라진 이유 중 하나는 도시 브랜드라고 한다.
경쟁 전시회가 열리는 도시와 비교했을 때
전시회 이외에 참가자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a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 점에서 라스베가스가 시카고보다 절대적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라스베가스는 낮에는 전시회에서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는 도시였고,
밤에는 화려한 불빛이 꺼지지 않는 도시였다.
내 생각에 우리는 라스베가스라는 분위기에 취할 수 밖에 없기에,
라스베가스라는 도시 자체가 특별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셋째, CES의 본질은 가전이다.
CES는 원래는 TV, 오디오, 비디오 등 가전제품을 전시하는 국제 가전 박람회였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된 가전제품들이 소개되었고,
가전제품 이외에 정보통신기술이 활용된 모든 미래 기술 제품들이 전시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시 주제는 Mobility, Smart City까지 확장되었으며, 미래 사회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시회가 되었다.
실제 CES에는 AI, Robot, 5G, IOT, Health, Self-Driving Cars, Blockchain 등
소위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의 모든 기술을 주제로 삼고 있었으며, 실제 수많은 기업은
해당 기술 제품들이 소개했다.
CES 참관 당시에는 부스별, 기술별로 따로 체험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돌이켜보니 나는 CES 2019에서 소개된 모든 기술을 활용하여, 미래 가정 속의 내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AI를 통해 기상 후 하는 관습적인 모든 행동들을 지시할 수 있고 (환기, 청소, 밥 얹히기 등),
양치를 한 후 Oral-B의 칫솔 속 센서를 통해 분석된 내 치아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내가 이동하는 방향을 따라 티비 드라마의 화면들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그릴 수 있다 (TV 화면은 냉장고, 화장실 거울에도 담길 수 있다).
또한 보쉬 제품들의 센서를 통해 냉장고 재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내가 먹고자 하는 요리의 재료가 자동으로 주문된다.
내가 느낀 바로는
CES의 모든 제품은 개인과 사물, 사물과 사물 등을 연결했고,
미래 내 가정에서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수많은 기술 제품들이 전시되었지만
결국 모든 제품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삶의 편의성을 증대시키고자 했다.
현재든 미래든 개인의 삶에 있어 집은 가장 중요한 공간이고,
집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가전제품들이다.
즉, 내가 본 CES2019는 본질적 가치인 소비자의 가정을 잃지 않았고,
그렇기에 IT 산업 기술자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도 쉽게 참가하여 즐길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수요자가 될 수 있기에
참여자의 스펙트럼은 넓고, 제품 시장의 크기는 크며,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도 용이하다.
나는 CES가 가전 박람회라는 점 자체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